<브랜드 생애주기별 관리 전략 - 시작부터 재도약까지> 시리즈 3편
성장기는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하는 구간이다. 도입기에서 존재를 알리고 초기 고객을 확보했다면 이제는 속도를 내야 한다. 하지만 무작정 빠르기만 해서는 안 된다. 성장기의 본질은 '확장'과 '정체성 유지'의 균형에 있다. 빠르게 커지되 흐려지지 않는 것. 이것이 성장기를 설계하는 핵심 원칙이다.
온러닝(On Running)은 2010년 스위스에서 출발한 이 러닝화 브랜드다. 클라우드텍 기술이라는 명확한 차별성을 기반으로 서유럽 러닝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을 탔다. 이후 성장기에 진입한 온러닝은 대형 광고 캠페인 대신 '성능 그 자체'를 증명하는 전략을 택했다. 아이언맨 챔피언십 우승, 파리올림픽에서 공개된 초경량 기술, 보스턴 마라톤 우승 등 실제 경기 결과가 곧 마케팅이 되었다. 그 결과 매출은 2021년 약 1조 1,500억 원에서 2024년 약 3조 6,700억 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성능이 스토리가 되고 스토리가 팬덤을 만들었다.
브랜드 생애 주기별 관리 전략 관련 글 모음
#1. 브랜드 생애 주기란?
#2. 브랜드 도입기 전략
#3. 브랜드 성장기 전략
성장기의 본질: 빠름과 선명함의 싸움
성장기는 브랜드 생애주기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기다. 매출이 오르고 유입이 증가하며,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그러나 동시에 가장 위험하다. 확장의 유혹이 브랜드의 핵심을 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성장기에는 두 가지 질문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어떻게 더 빨리 확장할 것인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지킬 것인가?'
많은 브랜드가 성장 속도만 집중한다. 유통 채널을 늘리고 타깃을 확장하며 제품 라인을 빠르게 늘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포지셔닝이 희석되면 성숙기에 '그래서 이 브랜드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흔들리게 된다. 성장기 전략의 출발점은 확장이 아니라 차별성 유지다.
첫 번째 모멘텀: 차별성을 더 날카롭게
성장기에 가장 큰 유혹은 포지셔닝을 넓히는 것이다. 처음에는 특정 고객층을 위해 존재하던 브랜드가 '모두를 위한 브랜드'를 자처하는 순간 브랜드는 무난해지지만 기억되지 않는다.
온러닝은 성장기에도 '기능성 러닝화'라는 핵심을 놓지 않았다. 패션 브랜드와 협업하더라도 기술과 퍼포먼스라는 중심축은 흔들지 않았다. 협업은 확장이었지만 정체성의 변질은 아니었다.
실무적으로는 '우리가 절대 하지 않을 것'을 정리해야 한다. 어떤 가격 정책은 취하지 않을 것인지, 어떤 채널에는 진입하지 않을 것인지, 어떤 언어는 사용하지 않을 것인지 명문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성장기의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질수록 기준은 더 선명해야 한다.
두 번째 모멘텀: 퍼포먼스 마케팅을 성장 엔진으로
도입기에는 유기적 확산과 입소문이 중요했다면 성장기에는 체계적인 마케팅 엔진이 필요하다. 데이터 기반 퍼포먼스 마케팅은 성장기의 가속 장치다.
퍼포먼스 마케팅의 핵심은 실험과 최적화다. 어떤 채널에서, 어떤 타깃에게, 어떤 메시지가 가장 효율적인지 테스트하고 반복한다. AARRR 구조처럼 획득, 활성화, 유지, 추천, 매출의 각 단계를 분석해 병목 구간에 집중한다. 성장기 초반에는 신규 고객 획득과 활성화가 중요하지만 중후반으로 갈수록 유지와 추천이 성장을 지탱한다. 신규 고객 확보 비용이 점점 높아지기 때문이다.
온러닝은 오프라인 팝업과 러닝 이벤트를 통해 경험을 만들고 그 경험을 콘텐츠로 확산시켰다. 오프라인 체험이 온라인 바이럴을 만들고 다시 신규 고객을 유입시키는 순환 구조를 설계했다. 이는 광고 집행을 넘어선 경험 기반 성장 엔진이었다.
세 번째 모멘텀: 커뮤니티를 자산으로 전환하라
성장기의 진짜 차별화는 커뮤니티에서 나온다. 광고는 비용이 들지만 커뮤니티는 자산이 된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선택이 아닌 소속으로 느끼기 시작하면 브랜드는 자생적 확산력을 갖는다.
러닝 브랜드들이 커뮤니티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러닝이라는 행위 자체가 연결을 만든다. 브랜드가 판매 공간이 아니라 연결 공간을 제공할 때 고객은 소비자가 아니라 참여자가 된다.
커뮤니티의 핵심은 경험이다. 정기 모임, 오프라인 이벤트, 온라인 그룹, 전용 콘텐츠 등 브랜드 세계관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커뮤니티 경험은 충성도를 높이고 추천을 유도하여 LTV를 끌어올려야 한다.
네 번째 모멘텀: 초기 팬을 보호하라
성장기에 쏟아지는 신규 고객에 집중하다 보면 초기부터 브랜드를 지지해 온 팬들이 소외되기 쉽다. 그러나 이들은 가장 신뢰도 높은 지지층이며 가장 강력한 구전 채널이다.
초기 충성 고객을 관리하는 방법은 신제품 정보를 먼저 공유하고 이벤트에 우선 초대하며 피드백을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것이다. 브랜드가 그들의 존재를 기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온러닝이 팝업스토어 첫날을 사전 초대 고객 중심으로 운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충성 고객의 생애 가치는 일반 고객보다 훨씬 높다. 성장기의 확장은 이 기반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성장기의 함정: 숫자에 취하지 말 것
성장기의 가장 큰 착각은 매출과 팔로워 수가 곧 브랜드 가치라고 믿는 것이다. 인지도는 높지만 선호도는 낮은 브랜드가 될 위험이 있다. 많이 알려졌지만 선택되지 않는 브랜드는 결국 가격 경쟁으로 밀려난다.
또 다른 함정은 모든 기회에 응하는 것이다. 협업, 신제품, 채널 확장 제안이 늘어날수록 선택과 집중이 중요해진다. 무엇을 거절할 것인가가 무엇을 할 것인가만큼 중요하다.
마지막 함정은 조직 역량 없이 외형만 확장하는 것이다. 제품 품질, 고객 서비스, 물류 시스템이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실망은 빠르게 확산된다. 성장기의 브랜드는 마케팅과 운영이 동시에 강화되어야 한다.
성장기에서 성숙기로 넘어가는 신호
신규 유입이 둔화되고 시장 점유율이 일정 수준에서 정체되기 시작하면 성장기의 후반에 접어든 것이다. 이때 전략 중심을 확장에서 자산 관리로 이동해야 한다. 공격적인 확장보다 브랜드 자산을 지키고 고객 경험을 깊게 만드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성장기는 브랜드가 가장 화려하게 보이는 시기다. 그러나 진짜 실력은 이 시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빠르게 커지면서도 본질을 잃지 않는 브랜드만이 성숙기에서도 지속 가능한 위치를 확보한다. 성장기는 속도의 싸움이 아니라 방향의 싸움이다.
다음 글에서는 성숙기 전략을 다룬다. 성장기의 가속을 어떻게 안정으로 전환할 것인지, 브랜드 자산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가 핵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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